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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北인권법 1년’

  • 입력 2017-02-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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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연세대 교수

지난해 3월 2일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북한의 인권 증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지난 1년간 나름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4일부터 시행되면서 통일부에는 북한인권기록센터가, 그리고 법무부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립됐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받았던 북한인권재단이 아직 출범도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 관련 국내외 시민단체, 연구소 및 탈북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기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예산은 지난해부터 배정돼 있는데, 이를 집행할 재단 구성이 늦어져 아무도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인권법은 지난 1년 동안 존재하면서 대북(對北) 방송과 같은 실질적인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은 물론, 인도적 지원 사업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은 우리보다 12년 앞선 2004년에 통과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 탈북자 보호 등을 위해 매년 최대 2400만 달러까지 지원했다.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에게도 낯익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및 미국의 소리(VOA)는 물론, 탈북자와 북한 민주화를 지원하는 다수의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10년이 넘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을 지원해온 것이다. 자국민도 아닌 남을 위해 말이다. 탄압받는 북한 주민이 우리 민족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최소한 미 의회만큼은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답은 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에 있다.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위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 정당이 5명씩 동수로 이사를 추천하게 돼 있는데, 야당이 1년이 넘게 이사를 추천하지 않아 재단이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재단에 상근하는 이사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요구는 법안이 통과될 때 합의한 게 아니다. 새로운 요구로, 그것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재단 출범 지연은 북한 주민의 인권 방치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난민·테러·핵무기에 버금가는 주요 글로벌 이슈로 다루고 있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어김없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유엔 전문가 그룹이 지난 6개월간 준비한 대북 책임추궁 보고서 내용도 포함된다. 이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동시에 가해자들을 다룰 특별국제법정 설립도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김정남 피살사건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상습적인 유엔결의 위반, 인권 유린, 그리고 이번 말레이시아 사건이 보여준 조직적 테러 행위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국회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잘 읽고, 하루빨리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가능케 해서 같은 민족의 인권 유린과 글로벌 차원의 보편적 가치를 방조했다는 오명을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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