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트럼프 행정부, 무역수지 산정법 변경 검토”

가공없는 재수출품 수출서 제외
對멕시코 무역적자 두배 늘어
한·미FTA 재협상 영향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적자 규모를 현재보다 훨씬 크게 만드는 무역수지 산정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수입된 상품 중 가공을 거치지 않고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것들을 수출 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 중인 무역수지 산정법에 부정적인 의견도 많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수입된 상품이 아무런 가공을 거치지 않고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수출 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으로 상품이 들어올 때는 수입으로 잡으면서, 이 제품이 가공 없이 미국에서 나갈 때는 수출로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통계 산정방식의 변경을 모색하는 것은 무역적자 수치를 부풀리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무역적자가 부풀려지면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바라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를 강행할 충분한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정치적 지지도 높일 수 있다. 이 산정법을 적용하면 당장 미국의 대(對)멕시코 무역적자가 2배 가까이 늘게 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지난해 대멕시코 무역적자 631억 달러(약 72조4100억 원)가 1154억 달러까지 뛰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상 관계자들은 통계 산정방식의 변화는 초기 논의 단계에 있으며 다양한 대안들을 알아보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소식통들은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리들이 새로운 산정방식에 따른 데이터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처리했지만, 계산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견해도 첨부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산정방식이 바뀌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과 관련된 통계가 크게 달리지게 되며 심지어는 무역흑자가 적자로 바뀔 소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는 몇몇 경제전문가들이 재수출을 수출 항목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의 전반적인 수출입 균형은 무역정책보다는 국가의 투자, 저축률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비록 상품 무역에서는 적자이지만 우위를 보이는 서비스 무역에서는 흑자를 낸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USTR 등에서 산정법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는 점도 최종 변경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페인 그리핀 USTR 부비서실장은 “아직 결론에 가까이조차 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WSJ는 “무역적자 부풀리기가 무역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탄약이 될 수 있고, 고관세 부과를 위한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