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단 1곳뿐… 깊은 유감”
“학교의 선택권 봉쇄는 횡포”

국정 역사교과서를 시범 사용하는 연구학교로 경북 경산시 문명고 단 한 곳만 최종 선정됐다. 전국 중·고교 5565곳 가운데 지정학교가 단 한 곳에 그치게 된 유례없는 현상을 놓고 외압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교육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역사교육 연구학교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일부 교육감과 시민단체 등 외부적 요인 등으로 적지 않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를 신청했던 경북지역 3개 학교 가운데 오상고는 학내 반발로 신청을 철회했고 경북항공고는 심의에서 탈락했다. 문명고도 학생과 학부모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학부모 측에 ‘23일까지 시간을 달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3월 학기 시작 전에 문명고 역시 연구학교 운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문명고에 대한 수업 방해 행위, 학교 직원들에 대한 명예훼손·협박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사법처리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문명고에는 이달 말까지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둔 국정 역사교과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해 제공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활용 희망 학교가 있을 경우 교과서를 배부해 보조교재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학교 신청을 희망하는 학교가 다수 있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일부 진보교육감의 일선 학교에 대한 방해로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부교재 활용 방안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거나, 전교조 등의 압력에 따른 선택이거나 상관없이 이와 같은 일방적 현상이 결국 또 다른 분열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이 단일 국정교과서 시행을 포기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국·검정교과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음에도 ‘전부’ 아니면 ‘전무’를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라는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검정교과서의 자율 경쟁체제로 정책을 바꿨음에도, 연구학교 신청 학교가 단 한 곳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현재 한국 사회에는 전체주의적 사조가 일상화되는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 같은 전체주의적 사고가 국가보다는 특정된 사회적 세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유진·임대환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