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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신 한경연 원장, 홍콩 정부 초청 프로그램서 ‘충격’

“국정농단 수사 세계에 중계
한국 부패공화국 낙인 찍혀

판사마저‘삼성장학생’매도
스스로 ‘法治’ 부정하는 것”

홍콩 정부의 초청을 받아 현지 방문 중인 권태신(사진)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일 “현지에서 만난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너희 나라 기업은 다 썩은 것인가?’라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더라”면서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홍콩 정부가 주관하는 세계 오피니언 리더 초청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권 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여기 와서 보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상황을 다 알고 있더라”면서 “오늘 홍콩 법무국 검찰 조직을 탐방했는데 함께 간 석학 등이나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다 썩었다는 식으로 ‘범죄집단’ 보듯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정치권까지 불신하고 판사를 ‘삼성 장학생’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전 세계에 우리 스스로 법치주의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 수사 등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한국은 ‘부패 공화국’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홍콩 정부가 자국 홍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에 핀란드 헬싱키대학 총장, 영국 산업연맹(CBI) 회장 등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중국 편입 후 발생한 국제적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고, 외교·국방만 중국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권 원장은 “벤츠 차량, 헬리콥터까지 내줘 홍콩이 얼마나 법치주의 국가이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인지 설파하고 있다”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넘고, 일자리가 남아돌 정도인데도 전 부처가 힘을 모아 새로운 성장 산업을 얘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한국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지금 옛날에 만들어 놓은 것을 갖고 먹고사는데, 어떤 대통령 후보 지원자도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미국 애플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80%가 넘는데도 규제만 얘기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물론 기업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 역시 진심으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