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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프로야구 ‘선발·불펜 투수’ 몸값 차이는…

조성진 기자 | 2017-01-11 11:07

MLB 투구 이닝·기여도 높은 선발 연봉이 월등
KBO ‘불펜 야구’ 보편화… 선발과 큰 차이 없어



지난 시즌 시카고 컵스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우승으로 이끈 아롤디스 채프먼(29·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2월 뉴욕 양키스와 5년간 86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역대 불펜 투수 최고 대우를 보장받았다. 지난 시즌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불펜 투수 계약보다 3000만 달러 이상 더 받게 된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의 연봉은 여전히 선발에 크게 못 미친다. 채프먼의 계약은 7년 동안 총 2억1700만 달러를 받는 선발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 (32·보스턴 레드삭스·왼쪽)의 절반도 안 된다. 프라이스는 투수 통산 몸값 총액 1위다. 반면에 국내 KBO리그는 선발과 불펜의 몸값에 차이가 거의 없다.

지난 시즌이 종료된 뒤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3인방은 각축을 벌였다. 가장 먼저 사인한 건 마크 멀랜슨(32). 멀랜슨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4년 동안 62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을 작성했다. 종전 최고액은 조너선 파벨본이 201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맺은 4년간 5000만 달러였다. 멀랜슨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드물게 계약금 2000만 달러를 챙겼고 2018시즌을 마친 후 옵트 아웃(잔여연봉 포기 후 FA 자격 재취득) 권리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켄리 얀선(30)이 멀랜슨을 넘어섰다. 얀선은 원소속팀 LA 다저스와 계약금 포함, 5년간 8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연평균 금액이 멀랜슨보다 많은 데다 보장 기간도 1년이나 길다. 멀랜슨을 샌프란시스코에 뺏긴 워싱턴 내셔널스가 8500만 달러를 제의했지만, 얀선은 더 적은 금액을 제시한 원소속팀을 택하는 ‘의리’를 과시했다.

그리고 다시 채프먼이 얀선을 앞질렀다. 채프먼의 연봉은 1500만 달러. 계약금 1100만 달러를 2017년 600만 달러, 2018년 500만 달러로 나눠 받는다. 3명 모두 순수 연봉으로는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받았던 단일 시즌 최고 연봉 1500만 달러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금을 포함한 연평균 수령액은 채프먼, 얀선, 멀랜슨이 리베라보다 많다.

불펜 투수의 몸값이 폭등했지만 선발 투수가 받는 대우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채프먼이 1억 달러를 원한다”, “채프먼은 6년 계약을 원한다”는 소문이 기사가 됐을 정도. 불펜 투수는 선발과 비교하면 계약 기간이 짧고 총액 역시 적기 때문이다. 프라이스뿐 아니라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29)도 2억 달러가 넘는다. 커쇼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총액 2억1500만 달러를 받는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맥스 슈어저(33·워싱턴)는 7년간 2억1000만 달러다. 채프먼의 계약 규모는 전체 투수 중 18위에 그치고, 올 시즌 계약금을 뺀 순수 연봉 기준으로는 공동 22위다. 양키스 선발 투수 중 C C 사바시아(37·2500만 달러), 다나카 마사히로(29·2200만 달러)가 채프먼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다.

메이저리그가 선발 투수를 우대하는 건 물론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투구 이닝, 기여도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 특급 선발 투수는 연간 200이닝 이상을 책임지지만, 불펜 투수는 100이닝을 넘기 어렵다. 지난해 프라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230이닝을 소화했고, 슈어저는 228.1이닝을 던졌다. 채프먼은 지난해 58이닝을 던져 프라이스와 슈어저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이 등판한 브래드 핸드(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89.1이닝에 그친다. 지난해 불펜 투수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위는 얀선으로 3.2다. 반면에 선발 투수 중 WAR 1위인 노아 신더가드(25·뉴욕 메츠)는 6.4나 된다. 민훈기 스포TV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선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던지고, 승리에 더 크게 기여하기에 당연히 선발 투수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며 “시장 가치에 따라 몸값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불펜 투수의 몸값 상승과 관련해 과도한 연봉이란 비난도 나온다. ESPN 등 미국 언론은 양키스가 채프먼과 계약한 일을 후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프먼의 강점인 강속구의 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 있고, 채프먼의 연봉은 장기적으로 구단 예산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는 선발 투수와 불펜 대우에 큰 차이가 없다. 2015년 한화와 4년간 84억 원에 계약한 불펜 정우람(32)은 FA 투수 중 계약 규모로 공동 3위다. 계약 당시엔 선발 장원준(32·두산)과 공동 1위였다. 지난해 차우찬(30)이 LG와 4년간 95억 원, 김광현(29)이 SK와 4년간 85억 원에 계약하면서 1위를 내놓았지만 특급 선발 투수와 사실상 어깨를 나란히 한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35)은 정우람과 같은 해에 롯데와 4년간 60억 원에 계약했다. 2014년 4년간 65억 원에 삼성과 사인했던 안지만(34)은 이전까지 FA 투수 최고액이었던 선발 장원삼(4년간 60억 원)보다 좋은 대우를 받았다. 미국 진출 후 복귀해 공식 FA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4년간 90억 원을 받는 윤석민(31·KIA)도 불펜 자원으로 분류해야 한다.


KBO리그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몸값이 비슷한 것은 불펜의 비중이 메이저리그보다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좋은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 보니 ‘불펜 야구’가 보편화되고, 선발보다는 불펜 싸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많다. 당연히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돼 몸값 역시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승 경쟁이 과열되면서 괜찮은 성적을 거둔 불펜 투수를 붙잡기 위한 경쟁도 심했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를 모두 경험한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국은 좋은 불펜 투수가 2이닝 정도를 던지는 경우가 많고 미국보다 불펜을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이닝에 투입한다”며 “그래서 불펜 투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번 오른 몸값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성적이 비슷한 투수가 받은 돈이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강한 불펜을 원하는 경향이 바뀔 가능성도 낮아 선발과 불펜 투수의 몸값은 계속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불펜 투수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어 선발과 불펜의 몸값 차이가 계속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특급 셋업맨 앤드루 밀러(32)와 마무리 코디 앨런(29) 덕분에 포스트시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테리 프랑코나(58) 클리블랜드 감독은 선발투수를 조기에 교체하고 밀러, 앨런 등 ‘필승조’를 투입해 4타자 이상을 맡기는 마운드 운영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불펜 투수를 길게 쓰는 것은 클리블랜드뿐만이 아니다. 얀선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에 투입됐고 이 가운데 5차례나 1.1이닝 이상을 던졌다. 10월 23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3이닝을 투구했다. 컵스 소속이었던 채프먼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5경기에 나와 1게임만 제외하고 1이닝을 초과해 던졌다. 민훈기 위원은 “메이저리그 역시 갈수록 불펜을 강조하고 있어서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연봉 격차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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