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특허 3건 침해했다고
이익금 전액 배상할 필요없어”
배상금 재산정 절차 착수해야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놓고 애플과 맞붙었던 ‘세기의 특허 소송’에서 6일 최종 승리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배상금 규모는 재산정되며, 삼성은 이미 납부한 배상금 산정액 3억9900만 달러(약 4435억 원)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은 이날 ‘삼성 대 애플’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문제의 디자인 특허가 적용된 제품은 전체 제품의 일부로, 삼성이 얻은 전체 이익금을 배상금으로 낼 필요가 없다”는 삼성 측 주장을 수용했다. 상고심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받은 배상금 산정액 3억9900만 달러가 타당한지 여부였는데, 대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 문제의 디자인 특허는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D677) △액정화면에 베젤(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 등으로 1·2심은 2010년 해당 특허가 적용된 삼성 ‘갤럭시S’ 등의 판매 이익금 전체를 배상금으로 산정한 바 있다. 당시 1·2심은 디자인특허 침해 시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제조물품’ 전체 이익금을 배상하도록 한 미국 특허법 제289조(손해배상)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스마트폰은 20만 개 이상의 특허기술이 어우러진 복합기술제품인데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이익금 모두를 배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특허법 제289조의 ‘제조물품’은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제품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1·2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하급심은 삼성의 배상금 규모를 재산정하는 절차에 착수해야 하며, 2심 판결 뒤 배상금 전액을 납부했던 삼성은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자인특허 침해가 해당 부품에 대한 침해인지, 아니면 제품 전체에 대한 침해인지를 다시 한 번 하급심에서 들여다보라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 내용”이라면서 “애플 주장보다 우리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의미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