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랜저 DRM

- 안전운전 돕는 또 하나의 눈 ‘카메라’

그랜저IG, 국내 첫 ‘DRM’ 장착
고속주행중에도 후방상황 확인
100만 화소 어라운드 뷰 탑재도

폭스바겐XL1, 사이드미러 없애
사각지대 해소·공기 저항 줄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콘셉트카
카메라로 노면 찍어 HUD 구현
앞바퀴 위치도 생생하게 보여줘

벤츠 E클래스, 감지거리 500m
다목적 카메라가 차선 등 인식

차를 운전할 때 대개 눈으로 차량 앞 도로 상황을 주시하고 이따금 사이드미러(도어 미러), 백미러(리어 뷰 미러)를 통해 차량 옆과 뒤를 살핀다. 이 경우 운전 자세 및 차량 구조, 작은 반사경을 통해 사물을 확인하는 한계 탓에 사각지대에 놓인 차량이나 물체를 확인하지 못해 사고 위험에 직면하는 경험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와 광학 기술의 결합으로 사람의 눈이 하던 사물에 대한 인지를 카메라가 대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흔히 헤드램프를 자동차의 눈이라고 하는데 카메라가 운전자의 ‘또 하나의 눈’ 역할을 하는 셈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11월 22일 출시한 6세대 신형 그랜저(IG)에는 후방 카메라를 활용해 차량 속도에 관계없이 차량 뒤쪽 영상을 보여주는 ‘주행 중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DRM)’ 장치가 국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랜드로버 투명 보닛

전에는 주차를 위해 기어가 R(후진) 위치나 D(주행) 위치에 놓인 경우 시속 15㎞ 이하일 때 일시적으로 후방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DRM은 주행 속도에 관계없이 고속주행 중에도 차량 뒤 카메라에 찍힌 후방 상황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DRM을 통해 확인하는 영상이 백미러로 확인하는 것보다 넓은 시계를 제공해 주행 안전성을 높이고 영상에 가이드라인이 표시돼 뒤차와의 거리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뒷좌석 승객 등 차량 내·외부에 운전자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어도 후방 시계를 확인할 수 있다.

BMW 7시리즈도 선택 사양인 후방 카메라가 장착된 경우 차량 후방의 교통 상황이 확장 이미지 형태로 컨트롤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캐딜락 CT6의 경우 기존 백미러에 카메라를 통해 찍힌 후방 상황이 영상으로 구현되는 기술을 적용했고 조정 버튼을 통해 기존 거울식 미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신형 그랜저에는 차량 앞뒤, 양 측면에 부착된 4개 카메라를 활용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시스템도 탑재됐다. 차량 주변 360도 상황을 차량 위에서 내려다본 실시간 영상으로 제공해 손쉬운 주차를 돕는 장치로 기존 차량(30만 화소)보다 해상도가 훨씬 높은 1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각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 경계선을 삭제하고 밝기를 균일화해 마치 하나의 카메라나 시선으로 차량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한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기술도 확산되고 있다. 폭스바겐이 리터카(1ℓ로 100㎞를 달리는 차) 프로젝트의 하나로 개발한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XL1은 사이드미러 대신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운전자가 카메라와 연결된 3개 화면을 통해 후방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한 것은 사각지대 해소 외에도 공기역학 측면에서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XL1의 공기저항계수는 슈퍼카들보다 낮은 0.189㏅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11월 7일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르면 내년부터 사이드미러 없는 차가 등장할 예정이다.

운전자가 확인할 수 없는 자동차 바로 앞 도로 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보는 기술도 개발됐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2014 뉴욕오토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디스커버리 비전 콘셉트는 차량 앞 그릴에 장착된 카메라로 노면을 촬영한 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여주는 ‘투명 보닛 기술’을 탑재했다. 이 기술은 비포장도로 주행 시 급경사를 만나거나 좁은 도로를 지날 때 도로와 차량 앞바퀴의 위치, 각도를 보여줘 안전한 시야를 제공한다.

카메라 기술은 센서, 레이더 등과 결합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국내 출시돼 완성도 높은 반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는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과 함께 감지거리 500m(3D 감지거리 90m)에 이르는 다목적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선 인식 등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토요타가 확대 도입하고 있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 역시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조합해 다양한 안전운전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볼보가 신형 XC90를 출시하며 선보인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합해 사물에 대한 인식 정확도를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