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박근혜 下野 요구 퍼포먼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27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씨에게 조종당하는 인물로 묘사한 모형(사진 위), 패러디 사진(아래) 등을 세워 놓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성난 민심 SNS로 속풀이

朴대통령‘히틀러 몰락’에 비유
崔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조롱

네티즌 “코미디보다 더 웃겨”
학계 “국민 좌절감 표출방식”

아무런 직책도 없는 민간인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고 정부 인사 등 국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 등 온라인에서는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풍자·조롱하는 ‘패러디’ 콘텐츠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에 대한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28일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는 최 씨를 ‘국내 권력 1인자’로, 박 대통령은 최 씨에 의해 통제와 조종을 당하는 대상으로 묘사한 풍자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최 씨가 손가락에 달린 줄을 이용해 박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합성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또 한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에 최 씨의 얼굴을 합성한 뒤 “내가 조선의 국모다!:연설문 고쳐서 보냈음~”이라는 문구를 적어 넣은 ‘명성황후’ 풍자물도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저마다 “코미디보다 더 웃긴다” “순실이가 우리의 국모였다” 등 조롱 섞인 반응을 쏟아냈다.

신라 시대 권력을 장악했던 선덕여왕을 다룬 드라마의 ‘미실’을 패러디, 드라마 포스터에 최 씨를 합성해 ‘순실’로 명명한 풍자물도 인기다.

일본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를 ‘순실의 시대’로 패러디한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정치권 풍자 단골 콘텐츠인 영화 ‘몰락’도 다시 등장했다. 히틀러의 최후를 그린 ‘몰락’에 박 대통령의 현재 예상되는 심경을 새로운 자막으로 넣어 풍자한 이 게시물은 25일 유튜브에 올라와 현재 조회 수 50만을 돌파한 상태다. 역대 대통령 사진을 줄줄이 늘어놓고, 박 대통령 자리에 최 씨의 사진을 대신 넣어놓은 게시물도 있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패러디는 대부분 어떤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혹은 정책적인 대안이 없을 때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의 방법”이라며 “이처럼 풍자물이 쏟아지는 배경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국민의 좌절감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패러디라는 건 현실에 대해 직접 울분을 토하지 못할 때, 대안이 없을 때 좌절감을 표출하는 방식”이라며 “정치인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 배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병철·최준영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