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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수라’서 생계형 비리 형사役

23년 연기인생 최고의 악역
惡에 빠진 중년의 방황 표현

20대 땐 반항심도 있었고
생각도 경직돼 있었는데
이젠 내 직업에 대한 의무
깊이 생각하는 나이가 돼

“오롯이 캐릭터에 저를 맡기고, 중년 남성의 방황을 표현하려 했어요.”

배우 정우성(사진)은 자신의 연기인생 중 최고조의 악역을 소화해낸 감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서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을 연기했다. 이 영화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재개발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법을 무시한 채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악덕 시장과 그에게 돈을 받고, 뒤처리를 하는 형사, 시장을 잡기 위해 불법 수사를 하는 검사 등이 서로 물어뜯는 이야기를 처절하게 펼쳐냈다. 황정민이 시장 역을 맡았으며 곽도원이 검사로, 주지훈이 한도경을 통해 악에 물들어가는 후배 형사로 나온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정우성은 “뻔뻔하고 치졸한 인간군상의 악행을 통해 사회 시스템에 녹아 있는 폭력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정우성은 영화 ‘아수라’에서 자신의 연기인생 중 최고조의 악역을 소화해냈다. CJ E&M 제공

그는 이 영화에서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 내내 맞고 때리는 거친 연기를 펼쳤지만 여전히 ‘잘생겼다’ ‘멋지다’ 등의 반응이 앞선다. 이에 대해 그는 “배우를 생김새로 받아들이는 것도 관객이 받는 느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 역시 고맙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반응을 즐기고, 우쭐해하기보다는 캐릭터 본연의 맛을 살리는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균형이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연기력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서는 “내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며 “배역에 안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으면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데뷔 23년 차 배우로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그는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말하면서도 “배우가 지닌 영향력을 생각하면 철 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때는 반항심도 있었고 생각도 경직돼 있었다. 어린 친구들이 내 영향을 받는 것에 으쓱하기도 했었다”며 “이제는 내 직업에 대한 의무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유를 박탈당하면 숨이 막혀 살 수 없기 때문에 내 스스로 정한 아주 작은 자유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그는 연출에도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가 양산되며 우리 영화계가 질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기를 낼 수 없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해오며 이제는 감독으로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곧 연출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비트→태양은→무사… 김성수감독과 15년만의 재회
“의리보다 믿음으로 출연”

정우성은 영화 ‘아수라’를 통해 김성수 감독과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비트’(1997년), ‘태양은 없다’(1998년), ‘무사(2001년)’에 이어 김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춘 그에게 “의리로 출연 결정을 했느냐”고 묻자 “의리보다는 선배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김 감독님은 어린 배우 정우성에게 영화 작업의 묘미를 처음 느끼게 해준 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