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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여주는 여자’ 내달 6일 개봉

노인의 性·삶 전면 내세워
메가폰 잡은 이재용 감독
“행복하게 사는 방법 고민”
윤여정 “칠순이라 많은 생각”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재앙인지 의문입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사진)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연출 변이다. 오는 10월 6일 개봉을 앞두고 26일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고령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했다. 노인의 성(性)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고,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근근이 이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그리 어둡지 않은 톤으로 전개되며 잘 살고, 잘 죽는(웰다잉) 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장애인,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 등 소외계층의 고단한 삶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노인들을 진짜 죽여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젊은 시절 기지촌에서 ‘양공주’로 살았던 소영(윤여정)은 흑인 병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미국으로 입양 보낸 후 탑골공원과 장충단공원 등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성병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코피노 소년 민호를 얼떨결에 집으로 데려온 소영은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안아주), 한쪽 다리가 없는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윤계상)과 서로 의지하며 나름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소영의 단골 고객이었던 한 노인이 소영에게 요양병원에서 연명하는 처지를 비관하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연민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소영은 결국 이 노인에게 농약을 먹여 죽여준다. 이 일을 계기로 치매에 걸린 노인과 자식과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 등 죽고 싶은 사람들의 부탁이 이어지며 소영은 혼란에 빠진다.

이 감독은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인물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들 이야기를 나눠야 할 시기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이라도 노인 문제가 좀 더 수면에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만 69세로 연기인생 50주년을 맞은 윤여정은 소영 역을 담담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그는 “칠순이라 많은 생각을 한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정리를 하고 있다”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가) 극한 직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울하고 힘들었다. 모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런 세상까지 알게 해 줬다”고 말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