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해킹 사건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미연방수사국(FBI)은 수사에 착수했다. AP뉴시스

FT “이메일 해킹 흔적 보니
러시아 간첩 툴·테크닉 사용”

“러, 2014년 우크라이나 대선
獨 메르켈 관련 자료도 해킹”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측이 자국에 유리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미국 대선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미국 대선 관여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과거 우크라이나 대선이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관련 자료도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의혹이 미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등에 의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과거 냉전 시대에 못지않은 미·러 관계 급냉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측이 입수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해킹 자료가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로 흘러들어간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측 정보요원 혹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해커들이 DNC의 서버를 해킹했다는 주장은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의 분석 등 여러 정황과 증거를 동반하고 있다. DNC의 보안을 맡고 있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의 사건 초기 보고서는 해킹 가해자들이 러시아의 가장 은밀하고 정교한 사이버 간첩 그룹인 ‘APT 28’ 및 ‘APT 29’임을 입증하듯이 상징적인 행동 패턴과 툴(소프트웨어 도구), 테크닉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지난 6월 민주당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러시아 국방부 소속 해커그룹이 2015년 여름과 2016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DNC의 서버에 침투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유럽의 한 고위 정보요원은 FT에 “DNC 해킹은 서방국의 정치와 선거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러시아의 사이버·정보 전략에 꼭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해커들은 2014년 5월 우크라이나의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를 한 바 있으며 이후 서방의 정보원들 사이에서는 ‘크렘린’의 노골적인 타국 정치 관여 시도에 대한 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월 독일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헌법보호청(BfV)은 2015년 독일 의회와 집권 기민당에 가해진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 해커 그룹 APT 28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선거캠프의 로비 무크 선거대책 본부장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FT는 “누가 위키리크스에 이런 민감한 이메일을 전달했든지, 전당대회를 뒤흔들려는 의도는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