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예정 없던 회견 열어 발표
“지자체 유치전 과열” 이유 내세워

국민적 관심 속에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가 진행되던 국립한국문학관의 건립 추진이 잠정 중단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예정에 없었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관주 제1차관이 한국문학관 건립 공모 중단에 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정 차관은 “지방자치단체간 배수진을 친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이에 문체부는 후보지 선정을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는 판단하에 당초 계획을 변경, 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문학관 공모 등 추진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안을 차분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학관은 지난 2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한국문학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무려 45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 5월 3일부터 25일까지 후보지 공모를 실시했으며, 6∼7월 중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모 결과 무려 16개 시·도 24곳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혼탁해졌다.

정 차관은 “경쟁하듯이 지역주민 유치결의 서명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유치 현수막들이 지역의 거리를 메우고 있다. 지역 문인들도 언론 기고나 서명운동에 동참하면서 문학계 분열까지 우려되고, 특정 지역 내정설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일단 중단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범국민적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장기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차관이 직접 발표할 정도인데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과열 양상으로 인해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우상일 예술정책관은 “불법은 아니지만 공모 과정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정·관계 로비가 있었다. 빨리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국민과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송구스럽다. 솔직히 정책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건립 방식 문제를 포함해 거시적인 시각에서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 강화, 문학진흥을 위한 정책지원 전담기구 신설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갈등 조정은 여전히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체부는 이번 결정이 영남권 신공항 선정에서 드러난 지역 갈등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 차관은 “내부적으로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하다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신공항과는 무관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심도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