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 원내대표 경선 내홍

최경환 “사실상 계파 해체
당권? 마음 비운 지 오래”

유기준 “사퇴없다” 출마 고수

대선까지 20개월밖에 안남아
親朴 구심력 잃고‘제 갈 길로’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만류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친박계의 분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반의 집권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데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20개월에 불과해 친박의 구심력이 약화되면서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권력코어’인 친박의 분화는 곧바로 여권 내부의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 의원은 29일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사퇴는 없고 사퇴 압박을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친박계 리더 격인 최경환 의원이 공개적으로 “유 의원은 친박 후보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청와대 역시 전례없이 높은 수위로 유 의원을 비판한 것을 아예 ‘없는 일’로 취급한 것이다.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총괄간사를 맡으면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 자주 각을 세웠고, 4·13 총선 직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역임한 유 의원의 경력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힘든 행보다. 더구나 유 의원은 “어느 계파의 이름으로도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탈계보를 선언했다.

최 의원도 친박의 분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친박 계파가 있지도 않지만, 당내 큰 선거에서 친박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계파 해체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의원은 친박계가 원내대표를 양보하는 대신 당권을 차지하려 한다는 당내 분석과 관련,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마음을 비운 지 오래”라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유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처럼 박 대통령이나 친박을 비판하면서 이탈한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친박계 의원들이 당직을 하려고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고 최 의원의 말이 먹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친박의 해체가 당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계파가 해체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건강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박세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