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일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 화백의 1971년 작인 전면 점화 ‘19-Ⅶ-71 #209’(253×202㎝). 서울옥션 제공

金, 한국 ‘단색화’ 작가 1세대
발묵효과 같은 번짐이 특징

구상성 배제 순수단색 추상화
‘한국적인 美’국제컬렉터 주목

한국 특유의 추상화로 해외 컬렉터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가 경매시장에서 한국 작가의 최고 낙찰가를 갈아치웠다.

서울옥션이 5일 홍콩 르네상스 하버뷰호텔에서 실시한 제16회 홍콩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의 1971년 작 전면 점화 ‘19-Ⅶ-71 #209’(253×202㎝)가 3100만 홍콩달러(약 47억2100만 원)에 아시안 컬렉터에게 낙찰됐다.

국내 소장가가 출품한 이 작품은 2007년 5월 서울옥션 국내 경매에서 45억2000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를 제치고 8년 만에 국내 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홍콩 현장에서 경매를 주관한 서울옥션의 최윤석 상무는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환기 선생 작품은 경매 시작가가 2000만 홍콩달러(30억 원)였는데도 응찰자가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안 컬렉터와 구미 컬렉터 등 5명이 넘었다”며 “결국 치열한 경합 끝에 아시안 컬렉터에게 최종 낙찰됐다”고 전했다.

김환기 이외의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도 이날 경매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상화 작품 ‘무제 05-3-25’가 750만 홍콩달러(11억4200만 원)에 낙찰돼, 작가 레코드를 경신했다. 국내 생존 작가 가운데 10억 원 이상의 낙찰 작품이 있는 작가는 이우환 한 명뿐이었지만, 이번 경매로 정상화 역시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이날 정상화 작품 11점, 박서보 작품 10점이 각각 출품돼 모두 낙찰됐다.

단색화는 70년대 이후 한국 화단에서 형성해 온 미술사조로,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한 순수 단색의 추상화를 지칭한다. 영문으로도 ‘Dan Saek Hwa’(단색화)라고 표기할 만큼 ‘한국적인 것’으로 국제 컬렉터들이 주목하고 있다. 단색화의 1세대로 꼽히는 김환기의 경우 생전에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면서도 색면추상을 지향해온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달리 천 조직 사이에 물감을 밀어 넣는 기법 등으로 미묘한 변조와 농담의 변화, 발묵 효과와 같은 번짐을 보여주며 동양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공간을 표현해냈다.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 5월 2015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대규모 특별전이 열렸고,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뉴욕 본사도 8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단색화 그룹전을 개최한다.

전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이며 단색화를 세계에 처음 알린 윤진섭 시드니대 미술대 명예교수는 “이번 경매 결과는 단색화의 미적 특질을 이제 세계인들이 확실히 인정했다는 증거”라며 “1970~1980년대에 활동한 1세대 작가들에게 관심이 몰리고 있지만, 앞으로 단색화가 세계 미술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안영일 등 소외된 1세대는 물론 남춘모, 장승택, 김택상, 김춘수, 고산금, 이인현 등 2세대 작가들에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프랑스 태생의 미국 조각가인 루이스 부르주아의 콰란타니아(Quarantania)로 3600만 홍콩달러(54억80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로써 이날 출품된 67개 작품 중 60개가 낙찰돼 낙찰률 90%를 기록했으며, 총액은 232억 원에 달했다.

한편 하루 전인 지난 4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K옥션의 홍콩경매에서도 단색화가 대세였다. 경매 낙찰률 93%, 판매총액이 82억2400만 원에 이른 가운데 정상화의 ‘무제 77-8-12’와 김환기의 ‘07-Vlll-68#34’가 각각 7억8918만 원에 판매돼 나란히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박서보의 ‘묘법 No.235~85’는 1억7936만 원, 정상화의 ‘무제 82-10-C’는 1억4348만 원, ‘무제 12-3-7’은 1억2555만 원에 각각 팔려나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