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공기총사격장 가보니

직원이 무기고서 총기 가져와
결박장치도 없이 손님에 넘겨
사격장 내 관리직원도 한명뿐

전문가 “사격장 이용 연령 상향
총 움직임 반경 제한 등 필요”

지난 3일 부산 실내 사격장 총기 탈취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전국 실탄 사격장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했지만, 공기총 사격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총은 실탄을 쓰는 권총보다는 위력이 약하지만, 살상능력이 충분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공기총 사격장에 대해서도 실탄 사격장 수준의 관리를 해 ‘총기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공기총 사격장을 점검한 결과, 사격장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일반인이 출입 가능한 공기총 사격장은 전국에 11곳 있다.

5일 오후 찾은 서울 시내 한 사격장은 신분증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총기 대여 명단에 이름·휴대전화 번호·생년월일 기재를 요구했지만, 신분증 검사는 따로 하지 않았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4세 미만인 자·음주자·심신미약자·신원미확인자 등은 사격장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신분증 미확인으로 인해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출입할 가능성이 있었다.

총기 결박 장치는 아예 없었다. 직원이 무기고에서 공기총을 꺼내 손님에게 넘겨준 이후에는 사격장 손님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총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총기 탈취는 물론 총구 방향을 돌려 사격할 가능성이 있는 등 사격장 내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더구나 무기고에 상주해 있는 직원 한 명을 제외하면 사격장 내 관리 직원은 한 명뿐이어서 돌발 상황에 대한 제어도 어려워 보였다.

이에 대해 공기총 사격장 측은 “사냥용 공기총은 5㎜의 연지탄을, 사격용 공기총은 4.5㎜의 연지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6일 오전 찾은 또 다른 서울 시내 사격장 역시 인적사항은 기재했지만, 신분증 검사는 하지 않았다. 공기총 결박 장치도 역시 없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기총도 사격 위치에서 반경 1∼2m만 움직일 수 있도록 결박하고, 총기 사격장 이용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실탄 사격장에 대해 우선 일제 점검을 했고 추후 공기총 사격장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공기총 결박 등 공기총 사격장에 대한 안전 조치 강화 대책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효목·박성훈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