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승열 대표가 지난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집무실에서 10년 이상 사용해 온 투볼 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맡은 김승열(54)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는 클럽챔피언에 10차례 도전했지만, 번번이 ‘미역국’을 먹었다. 법률가로 일하면서 짬짬이 치는 골퍼 신분이지만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클럽챔피언에 오르는 것이기에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 몇 해 전 경기 용인 신원골프장 클럽챔피언전에 출전해 기록했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클럽챔피언에 나간 횟수는 10차례로 경기 용인의 레이크힐스골프장과 신원골프장 두 곳에 매년 번갈아 나갔다. 예선 탈락도 있었지만, 본선에 나가 4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클럽챔피언에 오른 아마 고수들은 매일 연습을 거르지 않고, 1주일에 서너 차례 라운드하며 술·담배를 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골프 고수들만큼 ‘성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도전을 계속하는 데 대해 그는 “꿈꾸는 자체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며 “매년 도전하는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도전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원동력이 되고, 또 즐겁게 사는 법을 일깨워 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4년 재학 중이던 1982년 사법고시(24회)에 합격한 김 대표는 군 법무관을 마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1992년 대형 법무법인에서 4년간 근무하다 독립법인을 만들었다. 법인을 운영하면서 술자리에 지쳐갈 즈음 골프를 시작했다.

미국 유학 직전 잠깐 골프채를 잡은 적은 있었다. 쾌적한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는 술자리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 핑계 삼아 골프를 즐겨 왔다. 법인 명의로 골프장 회원권 2개를 사들였다. 그러나 뜻대로 성적이 나오질 않았다. 5년 정도의 ‘100돌이’ 생활이 이어졌다. 골프를 못 치니 동호회에서 무시까지 당했다. 그에겐 스트레스였고, 골프도 못 치면서 왜 왔느냐는 식의 대접을 받았다.

김 대표는 “골프를 치러만 나갔지, 어떻게 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언젠가는 클럽챔피언이 되겠다’고 결심했고, 3년 동안 연습장에서 프로에게 교습을 받았다. 이때부터 골프 기량이 본궤도에 올랐고 골프에 대한 흥미는 배가됐다. 자신과 딱 맞는 스승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그래서 3년 동안 레슨 코치를 바꾸지 않았다. 정형화된 레슨보다 사람에 따른 맞춤형 레슨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첫 싱글 패는 2003년에 받았다. 프로의 조언으로 ‘그래파이트’ 샤프트를 ‘스틸’로 바꾼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 덕분에 클럽도 신발처럼 딱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유일한 홀인원을 클럽챔피언대회에서 작성했다. 레이크힐스 다이아몬드 코스 4번홀(파3·175야드)에서 4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 튕기더니 10야드 정도 굴러 홀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클럽챔피언전 2라운드 때였다. 골프채를 잡은 지 23년 만에 처음 나온 홀인원이었다.

이글은 여러 차례 기록했다. 몇 해 전 서울대 최고경영자(AMP) 과정을 다닐 무렵 일본 후쿠오카(福岡) 야스코겐 골프장에서 기록한 이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파5홀이었다. 드라이버를 잘 쳤지만, 두 번째 샷이 뒤땅을 치면서 30야드 앞으로 굴러갔다. 체념하면서 친 그의 세 번째 샷은 그러나 홀로 들어가 ‘앨버트로스성’ 이글을 뽑아냈다. 당시 230야드 내리막에서 5번 우드로 친 볼이 그린에서 굴러 홀로 그대로 들어간 것. 서울로 돌아와 다음 AMP 과정 수업 때 ‘동기생’들에게 기념 떡을 돌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십수 년간 사용해온 퍼터를 고집하고 있다. 오디세이 투볼 퍼터 초창기 모델로 퍼터 뒷면에 납 테이프를 붙여 쓰고 있다. 방송에서 우연히 프로들이 ‘투볼 퍼터’를 쓰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사 10년 이상 사용해 오고 있다. 손에 익은 탓도 있지만 느린 그린에서 납을 달면 묵직한 헤드 무게로 밀어치기가 좋단다. 그는 얼마 전부터 아이언 클럽에도 납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고 있다. 퍼터 덕에 ‘퍼팅 도사’ 반열에 올랐다.

김 대표는 나름 자신의 ‘퍼팅 연습법’도 갖고 있다. 프로들의 연습 방법에서 착안했다. 김 대표는 “스코어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린에서 실수를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습 그린에서 걸음 수에 따라 한 번씩 해보고, 곧바로 1번 홀로 가는데 거리감을 익히는 데는 그만이라고 추천했다. 홀을 기준으로 6걸음(한 걸음당 60㎝, 약 3.6m)부터 8, 10, 12, 14, 16걸음 간격으로 볼을 놓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치고 나면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거리감을 익혀 3퍼트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드라이버 샷을 270야드까지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맞아야 240야드 전후가 고작이다. 챔피언티에서 치다 보니 두 번째 샷에 대한 부담이 늘었지만 대신 페어웨이에 떨어트리는 정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김 대표는 요즘도 레귤러티에서 치면 70대 스코어는 무난한 편이고, 챔피언티에서도 절반 정도는 70대 중반의 스코어를 낸다.

지난 2월부터 대한변협 부협회장을 맡아 온 김 대표는 인생 후반기에 나머지 반쪽을 찾기 위해 골프 외에도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우고, 전자오르간도 익히고 있다. 법조계에서 김 대표의 색소폰 연주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공연 경험도 몇 차례 지니고 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