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국방위 정책국 담화 “남측 아전인수 말라”

김양건 “이행 잘하자”에 朴대통령 ‘화답’ 하루새

北 화전양면 전략 계속… 남북협력 진정성 의구심

북한이 ‘8·25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 발표된 공동보도문의 ‘유감’ 표명이 사과가 아니었다고 사실상 공식 주장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해 남북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섰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8·4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에 관해 ‘사과’로 해석한 것은 남측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정책국은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남조선에서는 관계 개선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언행들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방치하는 경우 민족 화해의 귀중한 싹은 된서리를 맞게 될 것이며 북남관계는 기필코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책국은 이어 공동보도문에 대해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 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북과 남이 한자리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놓고 어느 일방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천박하고 비루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남북이 합의 이행을 강조하고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남북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박상권 평화자동차 명예회장을 통해 남북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표명한 데 대한 화답으로 해석됐다. 이에 남북이 합의를 잘 준수해나간다면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하루도 안 돼 다시 북한이 도발을 부인하면서 남북 합의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앞서 공동보도문 발표 직후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지뢰 도발을 “근거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보도문에 대해 일희일비,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