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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퇴진 앞당겨질까…‘창비’ 선택은?
문예지들 일제 포문… ‘신경숙 표절’ 논란 2라운드

신경숙 표절 논란 과정에서 문학 권력으로 비판받아온 문학동네가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창비 역시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쟁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지난 6월 소설가 이응준이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쟁은 잠시 잦아들었으나 최근 계간지들이 일제히 관련 특집을 내놓으면서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문학동네는 계간지를 통해 사과하고 세대 교체 카드를 내놓은 데 비해, 창비는 계간지에서 ‘의도적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백낙청 편집인이 거듭 신경숙을 옹호하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언을 자제했던 작가들도 자신의 입장 표명을 하면서 논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보다 진전된 방향으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창비의 선택은 = 현재 관심의 초점은 창비의 움직임이다. 백 편집인의 발언과 계간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창비 편집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백 편집인이 지난 5월 초 창비 라디오 책방에서 올해 말 50주년 기념 행사를 즈음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로 백 편집인의 퇴진 시기가 앞당겨질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창비는 오는 4일 직원과 편집위원 토론회를 열어 후속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문학동네는 1일 발행된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를 통해 독자에게 사과했다. 편집위원인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계간지 서문에서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문제 제기는 15년 전에 한 차례 있었다”며 “한 번 제기된 문제를 소홀히 넘긴 것에 대해서 어떤 평론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학동네 편집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일련의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일로 깊은 실망을 느꼈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학동네는 강태형 대표이사를 포함해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이문재, 황종연 등 1세대 편집인들이 10월 주주 총회를 통해 물러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출판인은 “이들 1세대가 퇴진한다 해도 여전히 비평가 중심의 2세대 편집인이 책임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계간지와 공모전 등도 그대로다”며 “그런 점에서 문학동네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거둔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정교해진 표절 논의 = 권희철 평론가는 서문에서 ‘전설’의 표절 여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전설과 우국의 차이를 평하는 것이 비평가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가 된 문장의 유사성이 있다. 분명히 표절이다”면서도 두 작품은 다른 주제의식이 있고, 문장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질감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설’이 수록된 작품집 ‘오래된 집을 떠날 때’(1996)와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한 ‘감자 먹는 사람들’(2005)이 나올 당시 창비 주간으로 재직했던 평론가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도 계간 ‘문학동네’에 게재한 비평문 ‘우리 시대 비평의 몫?’에서 문제가 된 대목이 표절이라고 해도 작품 전체를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구성과 모티프의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삽화들은 변형되고 세부는 사뭇 다르다. 결정적인 것은 작의다. ‘우국’은 파시즘을 찬미하는 것인 반면 ‘전설’은 반전(反戰)”이라며 두 작품은 기본적으로 ‘표절 관계’가 아니라 ‘영향 관계’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몇 차례 제기됐던 전설 표절 논의가 이번에 폭발한 것은 인터넷을 타고 출현한 다중으로 작가와 독자의 권력관계가 기울어진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소설가 박민규는 최근 문예지 ‘악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표절 시비는 순수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밝혔고, 소설가 이기호, 김도언, 손아람, 장강명 등도 계간 ‘문학동네’에 게재된 토론에서 계간지, 공모 중심의 문학 생산 시스템의 공헌과 한계를 지적하는 등 작가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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