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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상대 영업으로는 수익 못내… 골프장 주변 촘촘한 조직망 갖춰

해외출장시 공항서 집으로 탁송… 법인거래건수1년새 3배로 껑충

중소기업 대표 김모(53) 씨는 최근 골프장에서 이용했던 대리운전 서비스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는 지난 7월 경기 용인시의 A컨트리클럽에서 거래처 임원들과 라운드를 즐긴 뒤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는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김 씨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대리기사의 친절한 서비스였다. 말끔한 정장에 단정히 머리를 빗어넘긴 대리기사는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김 씨의 캐디백을 전해 받아 차 트렁크에 실어놓았다. 이어 김 씨가 클럽하우스를 나서자 현관에 차를 대기시킨 뒤 뒷좌석 문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집에 도착한 김 씨는 서비스에 만족하며 팁을 건네려 했지만, 기사는 극구 사양하고 돌아섰다. 김 씨는 “평소에도 대리기사를 자주 이용하지만 이렇게 친절한 서비스를 받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차를 운전한 기사는 이날 모임을 주선한 회사 측과 계약을 맺은 대리운전 업체 직원이었다.

이처럼 친절한 기사를 동원한 고품격 서비스를 갖춘 대리운전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임원들의 대내외 골프 접대나 지방 출장 등에서 기업들의 대리운전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일일기사 파견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마련, 성업 중이다.

◇골프 애호가에게 ‘명품’ 영업 = 대리운전 업체들이 주목하는 서비스는 단연 골프장 영업이다. 골프장에서 접대가 필요한 임원의 차량을 맡아줄 기사를 원하는 기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음주 여부와 무관하게 운동 후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대리운전을 찾는 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춘천시의 H업체는 경기 가평군 등지의 골프장 3곳에 대리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수도권보다 더 침체된 지역 상권 탓에 개인을 상대하는 영업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자 인근 골프장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해 골프 애호가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경기 용인시나 여주시 등 골프장이 몰려 있는 일부 지역에도 촘촘한 조직망을 갖추고 영업을 벌이고 있는 법인 전용 대리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영업망을 갖춘 K대리운전은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의 눈높이에 맞도록 예절 교육을 받은 경력 기사를 확보하고 있다.

◇일일기사에 통역 서비스까지 = 일일기사 서비스도 대리운전 업체의 또 다른 사업 분야다. 업무상 수행 기사가 필요하지만 기사를 정식 채용하기가 부담스러운 기업을 위해 전담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의 K대리운전은 법정 근로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객의 차량을 맡아서 운전하는 일일기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V대리운전은 외국에서 바이어 등 주요 인사가 입국해 통역이 필요한 기업체를 위해 일어, 영어, 중국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기사를 배정하는 ‘통역기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대리운전보다 60∼70% 더 비싼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통역 가이드와 운전 대행 등 이중으로 경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을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탁송대행 서비스도 대리운전 업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다. 해외 출장 시 공항에서 임직원의 차량을 집으로 미리 보내놓거나, 차량 수리를 위해 공장으로 입고시킬 때 주로 이용된다. 서울 강남구의 K대리운전은 24시간 탁송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운전 대행과 같은 요금을 받고 있다.

◇결제 편리하고 현금영수증 발행 = 이처럼 대리운전 업계가 기업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법인 거래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을 운영중인 아이디어팜㈜이 밝힌 거래 추이를 보면 2013년 7월 한 달 동안 231건이던 법인 거래 건수가 1년 만에 673건으로 3배 가까이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1068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영등포구 K대리운전도 2011년 이후로 거래 건수가 매년 70∼10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대리운전은 회사끼리 계약을 맺은 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리운전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현금영수증·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회계처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일 “법인 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은 고품격 서비스와 함께 지출 증빙이나 회계 처리 등에서 관리가 편리한 것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