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노총각 A(43) 씨는 급하게 집을 나섰다. “어디 가느냐”고 묻는 홀어머니에겐 “동창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서울 강남의 유명 비뇨기과에서 음경확대수술을 받을 계획이었다. A 씨가 수술을 받으려고 한 병원은 음경확대술로 유명한 곳이었다. A 씨는 이날 오전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고, 오후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하반신만 마취하고 1시간가량 복부의 자가조직을 떼어 내 음경에 이식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수술 중 A 씨는 계속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수술 중에도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수술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A 씨의 호흡곤란은 나아지지 않았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병원 측은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A 씨를 급히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B 비뇨기과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국과수 분석결과 A 씨의 사인은 지방이 손상된 혈관을 타고 들어가 혈관이 막힌 ‘지방색전’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과실이 밝혀지면 민사상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집도의를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B 비뇨기과 측은 “부검결과 부검의 1차 소견도 의료과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나왔다”며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숨진 A 씨의 장례를 치러 주고 유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유가족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