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골프 대디’ 안재형이 본 ‘BMW PGA 챔프’ 안병훈은?

“병훈이는 샷뿐 아니라 멘털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네요.”

아들 안병훈(24·사진)이 25일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쏟아지는 축하 전화를 받았던 안재형(50) 탁구 국가대표팀 코치는 아들의 우승 비결 중 ‘스윙에 대한 자신감’을 첫손에 꼽았다.

안 코치는 26일 오전 “자신의 스윙에 확신을 지니다 보니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늘고 아이언 샷은 물론 쇼트게임, 퍼팅까지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안병훈은 ‘탁구커플’로 유명한 안 코치와 자오즈민(52) 씨의 외아들이다.

안병훈은 올 시즌 EPGA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할 만큼 안정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폴 맥긴리(49·아일랜드) 전 라이더컵(유럽팀) 단장은 안병훈의 경기를 지켜본 뒤 “새로운 아시아의 슈퍼스타 탄생을 목격했다”며 극찬했다.

안병훈은 투어 비거리 통계에서 지난해(295야드)보다 10야드 가까이 늘어난 304.9야드로 13위를 달리고 있다. 안 코치는 “2009년 US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18세이던 아들이 드라이버로 380야드를 날려 갤러리는 물론 나조차 깜짝 놀랐다”며 아들의 장타력을 높이 평가했다. 당시 키는 지금과 같은 187㎝였지만 체중은 105㎏이나 됐었다. 현재 안병훈의 체중은 1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안 코치는 “유럽 대회의 코스는 페어웨이 굴곡이 심한 링크스 타입이 많다”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번 우드나 아이언 티샷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병훈의 3번 우드 평균 비거리는 260∼270야드지만 페어웨이 상태에 따라 300야드를 넘기기도 하고, 3번 아이언으로도 230야드 전후를 보내는 것 같다고 안 코치는 설명했다. 또 피칭 웨지로 170야드를 보낼 수도 있지만 컨트롤 샷을 위해 140야드를 보고 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안병훈은 ‘파온 후 평균 퍼트 수’에서도 지난해(1.839타·177위)보다 뛰어난 1.745타(40위)를 유지하고 있고 이 덕분에 시즌 평균 타수(69.69타·3위)를 낮췄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랭킹 3위(112만 유로·약 13억4665만 원)가 된 안병훈은 세계 54위까지 뛰어오르며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특히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 이 부문 포인트 랭킹 9위에 올라 10명에게 주어지는 자력 출전권 확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 코치는 아들이 성공한 또 다른 원인으로 “지난해까지의 고된 생활이 열매가 돼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 코치는 캐디를 자청하며 아들과 함께 2년여 동안 유럽의 2부 투어(챌린지 투어)를 쫓아다녔다. 1년에 2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는 강행군. 투어 경비가 모자라 10주 동안 쉬지 않고 연속으로 대회에 출전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곤 했다. 2부 투어의 힘들었던 생활이 정신력을 강화하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얘기다. 안병훈은 또 2005년 미국 유학시절부터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에서 스윙을 배웠고, 지금도 스윙점검을 받고 있다고 안 코치는 귀띔했다.

안병훈은 28일 오후(한국시간)부터 북아일랜드 뉴캐슬의 로열 카운티다운 골프장(파71)에서 열리는 아일랜드오픈에서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 등과 맞대결을 펼치며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안병훈(가운데)이 지난해 10월 어머니 자오즈민(왼쪽) 씨, 아버지 안재형 탁구 국가대표코치와 함께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문화일보 사옥을 방문해 사진을 촬영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