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정호 회장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골프장경영협회 집무실에서 자신의 골프 경험담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박정호 선산토건㈜ 회장

“골프장의 봄날은 언제쯤 올까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수장을 맡은 지 3년 차로 접어든 박정호(69) 선산토건㈜ 회장은 요즘처럼 골프장 업계에 몸담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푸념부터 늘어놨다. 19일 경기 성남 분당에 소재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집무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그동안 스스로를 ‘긍정의 대가’라고 생각해 왔지만 점차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0년 전까지 전국 4만여 개 토목건설 법인이 회원인 토목협회 회장을 6년간 맡았을 때에도 이처럼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2013년 4월 전국 275개 골프장 회원사를 둔 협회장을 맡은 이래 시간이 갈수록 골프에 대한 ‘규제의 벽’이 높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규제로 인해 자신이 협회장이 된 지난 2년여 동안 경영난으로 회원사 골프장 중 50여 곳이 부도가 났고, 많은 다른 골프장들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979년 선산토건으로 토목건설업에 뛰어든 박 회장은 철강과 유통, 골프장 사업에도 진출했다. 박 회장은 골프가 좋아서 2003년 경기 가평의 프리스틴밸리 골프장을 인수했고, 2010년에는 경기 파주에 송추 프리스틴밸리 골프장을 직접 건설했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돈이 되는’ 송추 프리스틴밸리를 최근 제3자에게 매각했다. 회원제 골프장은 매입자를 찾을 수 없었기에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우량 골프장을 팔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솔직히 골프를 좋아해 골프장을 갖고 있을 뿐이지, 골프장으로 돈을 벌던 시절은 끝났다고 본다”는 극단적인 말도 쏟아냈다.

박 회장은 “평소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골프장에 대한 불합리한 요소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협회장을 맡으면서 체감하는 ‘독소 조항’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린피가 15만 원인 골프장을 예로 들겠다. 골퍼들이 직간접으로 내는 개별소비세 2만1120원과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5만5000원 등 세금이 총 7만5000원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매출 160억 원 정도 되는 수도권 골프장이 내는 세금 합계액은 87억 원에 달한다면서, 지난해 20억 원의 세전 이익을 낸 견실한 기업이 일반 기업의 20배에 달하는 높은 세금 때문에 적자기업·부실기업으로 부도 위기에 처하는 게 작금의 골프장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료를 만날 때마다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 개선을 통한 세금의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자신을 세금을 깎아 달라는 ‘떼쟁이’로 생각한다면서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그는 특히 골프장 면적의 20%에 달하는 ‘원형 보전지’를 국가가 정책으로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해놓고, 이런 땅을 비업무용·투기용 토지로 간주해 중과세를 부과하는 비상식적인 조세정책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코스 설계가들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골프장 오너다. 코스 설계 때부터 오너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는 “코스 디자이너가 나무 하나 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며 “오너의 간섭으로 인해 골프장을 버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골프장은 전날에 있던 벙커가 없어졌는데 알고 보니 골프장 오너가 “원활한 경기진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메워버린 경우다. 임직원에게 ‘잔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는 그는 “오너라고 해서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면 안 된다”며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고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맡기는 편이며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따진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30대 후반이던 1984년 시작했고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인 핸디캡 6을 놓고 78타 전후를 쳤다. 컨디션 난조에 빠져도 80대 스코어 중반을 넘지 않을 때였다.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까지 쳤다. 골프장 오너가 되고 나니 골프 치는 느낌이 달랐다. 사람들은 자기가 운영하는 ‘앞마당’이니 잘 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 반대란다. 박 회장은 “내 골프장에서 치면 핸디캡이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오너의 눈에 골프장의 여러 문제점이 들어오는 탓에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골프장에 가면 5∼6타가 더 잘 나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홀인원을 5차례나 했다. 첫 홀인원은 20여 년 전 한겨울 남성대 골프장에서 맛봤다. 영하의 혹한을 벗 삼아 라운드를 했는데 잘못 맞은 티샷이 굴러가더니 홀로 그대로 들어갔다. 동반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멋쩍었던 경험담이다.

내년 3월로 협회장 임기가 끝나는 박 회장은 “골프 활성화의 기본은 골프장 문턱 낮추기”라면서 “당장 개별소비세 폐지가 어렵다면 청소년과 고령자, 장애인 골퍼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면제범위 확대를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