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수들에게 마스터스가 주는 의미는 각별합니다. ‘정상급’ 선수의 기준이 되기도 하며, 이들에게 마스터스 출전은 ‘자존심’과도 같습니다. 한국 남자 골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45세 최경주의 심기가 요즘 편치 않습니다. 마스터스가 코앞이지만 아직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경주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2003년 첫 출전에서 공동 15위를 차지하더니 이듬해 3위에 올랐습니다. 2010년에는 마지막 날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 실수로 공동 4위를 차지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는 그동안 “만일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아마 그 대회는 마스터스가 될 것”이라며 “챔피언 만찬에 꼭 청국장찌개를 올리고 싶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습니다. 이처럼 최경주는 마스터스에서만큼은 여느 메이저 대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오는 4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 출전하려면 역대 우승자가 되거나 세계랭킹 50위 이내 등 17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시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경주는 갈수록 성적도 신통치 않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기억도 가마득합니다.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통산 8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4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4∼2015시즌에서 7개 대회에 출전해 피닉스오픈에서 공동 22위를 한 게 최고 성적이며, 발스파 챔피언십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등 최근 두 대회에서 잇따라 컷 탈락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세계랭킹 144위, 페덱스컵 랭킹 155위까지 밀려나 있습니다.

이런 최경주가 이번 주 자신의 집 근처인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리는 발레로 텍사스오픈에 출전해 자신의 ‘13번째 마스터스행’ 티켓을 놓고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세계랭킹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주는 마지막 기회로, 최경주에겐 오직 우승컵을 안는 길밖에 없습니다.

올해로 16년째 연속으로 PGA투어 멤버로 활동 중인 그는 10년 동안 PGA 멤버로 활동하겠다는 목표도 훨씬 초과했고, 두 자릿수 승수를 채우겠다는 목표도 8분 능선을 넘었습니다. 20대 영 건들이 판치는 ‘정글’과도 같은 PGA 투어에서 중년의 최경주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합니다. 이런 그가 또 한 번의 마스터스행 티켓을 거머쥐는 기적을 일궈내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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