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브루넬로 쿠치넬리

벗을 준비가 되었는가. 묵직한 겨울 코트와 ‘채신머리’ 없이 부대끼는 패딩 말이다. 봄이다. ‘취향’ 있는 신사들을 기다리는 아우터(겉옷의 통칭)엔 무엇이 있을까.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와 경쾌한 블루종(등·허리 부분이 볼록한 점퍼 풍 상의)은 필수. 여기에 자칭 ‘멋남’이라면, 남다른 소재에 더 관심이 가는 법. 스웨이드, 데님 등 계절감을 느끼기 좋은 아이템도 수두룩하다. 봄 아우터를 고르는 것. 싱그러운 봄기운을 받는 첫걸음이다.

◇ 봄의 클래식, 트렌치코트… 더 밝고 경쾌하게 = 간절기 활용 만점 아이템이자, 클래식 패션을 대변하는 트렌치코트가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어우러져 더욱 경쾌하게 찾아왔다. 런웨이 위 컬러는 역시 과감하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두 눈을 사로잡는 선명한 노란색 트렌치코트로 산뜻하게 봄소식을 전했다. 특히, 검정 슈트와 매치해 보색대비로 강렬함을 더했다. 실전 적용 여부는 오로지 ‘신사’의 용기에 달렸지만.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색감으로 따뜻한 햇살을 연상시키는 트렌치코트도 등장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선 고운’ 트렌치코트로 개성 있는 봄 스타일링을 선보였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단추를 전부 채우고, 벨트까지 묶어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보다 실용적인 트렌치코트를 원한다면, 어떤 스타일에도 두루 잘 어울리는 네이비 컬러(감색), 방수 처리된 나일론 소재,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 등을 기준 삼아 옷을 고르면 된다.

◇ 그냥 점퍼? 블루종, 제대로 알고 입자 = 블루종은 쉽게 ‘항공 재킷’을 떠올리면 된다. 기원은 1920년대 중반 미군의 여름용 비행 유니폼으로 등장한 A1 재킷. 본래 몸 판은 양가죽으로 제작되었고, 허리와 손목 끝 부분이 밴드 처리가 되어 있어 착용과 탈의가 편안한 게 장점이다. ‘과학적인’ 디자인 덕에 바람을 잘 막아줘서 하늘뿐 아니라 땅 위의 남자들에게도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일명 ‘잠바’로 불리며, 평범한 점퍼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유럽 남성들에게는 실용적이면서도 매우 멋스러운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태생 자체가 지극히 남성적인 옷이라는 점도 매력 요소다.

올봄 블루종은 보다 간결해진 모습이다. 다만, 컬러와 패턴은 다양해졌다. 강렬한 레드와 고급스러운 골드 컬러부터 자수 장식이나 줄무늬, 물방울 무늬 등이 날로 다양해져 가는 ‘신사’의 취향을 자극한다. 패션 홍보·컨설팅 그룹 에이피알에이전시의 이재옥 과장은 “트렌치 코트는 약간 넉넉하고 여유롭게 입고, 블루종은 몸에 딱 맞는 사이즈로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칭 ‘멋남’이라면… 남다른 소재로 선택 = 트렌치코트, 블루종이 지루하다면, 소재가 독특한 아이템을 선택해보자. 복고 바람을 타고 유행 조짐을 보이는 데님 소재는 어떨까. 바나나 리퍼블릭에서는 더블 브레스티드 피코트(영국 해군의 선원용 코트에서 유래)라는 독특한 아우터를 선보였다. 데님이 주는 경쾌함과 더블 브레스티드가 만나 생각지도 못한 세련미를 발산한다. 스웨이드 소재 재킷도 따뜻한 봄날에 제격이다. 알프레드 던힐의 스웨이드 재킷은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화사한 분홍색 니트와 체크 팬츠, 베이지색 로퍼와 매치하면 더욱 멋스럽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 메종 마르지엘라·조르지오 아르마니·드리스 반 노튼(왼쪽부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