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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처음으로 부산컨트리클럽을 다녀왔다. 부산CC는 우리나라 골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1953년 사단법인 서울컨트리구락부가 창설돼 이듬해 국내 첫 번째 정규코스인 18홀(파72) 규모로 개장됐다. 이후 지방에서는 처음 1956년 부산 해운대에 부산컨트리클럽이 문을 열었다. 처음엔 2610야드 9홀 규모였다가 1971년 7월 금정구 노포동에 18홀 6402야드 규모로 재조성됐다.

부산CC는 골프장 조성 자금 조달을 사업자가 회원을 모집하는 ‘예탁금 회원제’ 방식이 아닌, 구성원들이 직접 갹출한 자금으로 조달하는 사단법인 회원제로 출발했다. 지금도 몇 안 되는 사단법인제 골프장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필자의 관심을 끌던 골프장이었다.

서울 지역의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고 있을 무렵이라 정상적인 골프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안 되면 ‘구경만이라도 하고 오자’는 심정으로 부산CC로 향했다. 이곳을 찾은 까닭은 코스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부산CC가 갖고 있는 역사성 때문도 있었다.

그런데 부산에 도착하니 기온은 영상 10도가 넘었다. 중지가 깔린 페어웨이는 노랗게 색이 변해 있었지만, 그린만큼은 초록빛이었다. 또 서울 인근 지역의 골프장들과는 달리 그린이 전혀 얼지 않았다. 골프장 공사에 대형 중장비가 일반화돼 있지 않던 1971년 조성된 탓에 업 다운이 심하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페어웨이의 모습은 불도저나 발파기 대신 삽과 괭이로 다듬어 삼태기나 손수레를 이용해 토사를 운반하는 방법으로 진행됐을 조성 공사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홀과 홀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과 능선에 터를 잡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골프장의 역사가 오래됐음을 말없이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따금 시야에 들어오는 동백꽃들이 눈요기를 시켜 주고 있었고, 세월의 풍상을 안고 있는 듯 개화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목의 벚나무와 목련을 보니, 이곳은 벚꽃이 필 무렵에 오면 훨씬 더 좋겠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부산CC는 최근 만들어진 골프장과 달리 파4홀의 거리가 비교적 짧다. 챔피언 티에서 400야드를 넘는 홀은 1번홀과 4번홀 두 홀밖에 없다. 그마저도 1번홀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의 고저 차가 40여m나 되는 내리막이라서 거리의 부담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체로 파4홀은 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언듈레이션이 많거나 티잉 그라운드에서 IP지점이나 퍼팅 그린이 보이지 않는 홀들이 많다. 때문에 티샷의 방향성이 좋지 않으면 쉽게 공략할 수 없다.

부산CC의 클럽하우스는 골프장 내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 식당에 앉거나 샤워실에 가면 유달리 조망이 좋다.

골프장이 별천지요,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신선놀음이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필자의 입에서는 “참 좋다!”라는 말이 쉼 없이 나왔다.

변호사

이미지 크게보기 부산CC에서 가장 긴 파5홀인 8번홀은 길이가 500m가 넘고, 좌우로 아름드리 나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특히 서드 샷 지점부터 오르막 형상인 데다 그린 역시 포대 그린이다. 부산C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