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은 김성주(얼굴)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불출석 소식으로 발칵 뒤집혔다. 김 총재가 지난 21일 국제학술회의 참석을 이유로 중국 출장길에 오르며, 김춘진 상임위원장의 휴대전화로 ‘27일 출석하겠다’는 문자만 보낸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정희정권 시절 폐지됐다가 1987년 부활한 국감에서 기관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이 불출석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여야는 대한적십자사 국감에 김 총재를 출석시키기로 합의하고 증인 요청을 했지만, 김 총재가 뒤늦게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히 보건복지위가 재차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 총재는 여당 의원들도 모르게 당초 예정시간을 앞당겨 은근슬쩍 출국해 ‘국감 도피성 출국’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여야 의원은 “국회 역사상 일반 증인이 아닌 기관 증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해외에 나간 것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날 김 총재를 대신해 증인 명단에도 없던 김종섭 적십자사 부총재가 나왔지만 증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 퇴장당했고, 결국 적십자사 국감은 불발됐다.

김 총재는 지난달 한적 총재로 선출될 때 ‘보은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인 출신인 김 총재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김 총재가 보은 인사 논란에다 총재 선임 이후 최근 5년 동안 적십자회비 미납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김 총재에게 이번 국감은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을 주관하는 대표적인 봉사단체인 한적의 총재로서 자격과 능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김 총재는 국감에 불참하는 바람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됐다. 복지위는 23일 김 총재에 대한 동행명령을 의결했고, 27일 국감에도 나오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