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연간 40여 개 대회 중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을 4대 메이저대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이저 대회는 보통의 대회보다 코스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상금도 많고, 우승자에겐 특별한 대우가 따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금이 더 많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나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대회도 있지만 선수들은 메이저대회 우승을 단연 첫손에 꼽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역시 그동안 나비스코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등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운영해 오다 지난해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을 메이저대회로 격상시켜 ‘5대 메이저 대회’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LPGA는 권위와 전통보다는 스폰서 유치를 위해 메이저 대회를 ‘돈받고 팔았다’며 대회의 격을 떨어트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신흥 ‘골프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 골프의 메이저 대회 현황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늬만 메이저 대회’인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발돋움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명목상 메이저대회 4개를 지정했습니다. 한국여자오픈, KLPGA선수권에 이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은 15년 동안 대회를 열어 온 공로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협회가 어려울 때 시리즈대회를 열어 준 점이 고려됐다고 합니다. 메이저 선정 기준이 코스 난이도나 전통, 상금 규모와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9월부터 10월까지 6주 동안 메이저 대회 3개가 몰려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코리안투어가 때아닌 메이저대회 논쟁에 빠졌습니다. 팬들이 보기에 메이저급 대회는 한국오픈밖에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KPGA이사회는 올해부터 30회째를 맞는 신한동해오픈 우승자에게 통상 2년간 주어지던 풀시드권을 5년으로 늘리면서 메이저급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동안 변변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매년 ‘땜질’식으로 대회 명칭이 바뀌던 KPGA선수권에 이어 세 번째 메이저급 대회로 만든 것입니다.

KPGA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같은 규모로 대회를 여는 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 측이 어떤 원칙과 무슨 이유로 선정했는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섭섭해하는 눈치입니다.

남자 대회는 KLPGA투어의 반토막 수준인 14개 대회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남자프로들을 두고 ‘골프난민’이라 부르는데, 대회가 없어 일본과 동남아 대회를 기웃거린다 해서 붙여졌다 합니다. 이 때문에 KPGA 집행부의 이번 결정은 ‘자식은 굶는데 반찬 투정하는 가장’처럼 느껴집니다. 일도 우선순위가 있는 법입니다. KPGA 집행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회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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