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놓고 치르는 모든 골프대회에서, 연장전은 말 그대로 선수들의 피를 말린다고 해야 합니다. 골프에서 연장승부는 ‘멘털이 9할, 운이 1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잘 맞던 드라이버 샷도, 빨랫줄 같던 아이언 샷도, 본 대로 빨려 들어가던 퍼팅도 이때만큼은 고장난 듯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래서 승리의 여신은 기량이나 컨디션보다는 ‘강한 멘털의 소유자’에게만 미소를 보낸다고도 합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불운의 아이콘’이 된 김인경이 지난 1일 포틀랜드클래식에서 또다시 연장전 패배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인경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장전에서 모두 졌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는 루키 시즌인 2007년 웨그먼스 LPGA 대회에서 로레나 오초아에게, 2010년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 때 최나연에게, 그리고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짜리 파 퍼팅 실패로 유선영에게 연장전에서 우승컵을 뺏겼습니다. 지난해 KIA클래식 때도 마지막 홀 2m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을 허용해 베아트리체 레카리에게 우승컵을 헌납했습니다. ‘연장전 트라우마’의 늪에 갈수록 깊이 빠진 겁니다. 현역 시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백상어’ 그레그 노먼도, ‘스윙머신’ 닉 팔도 역시 연장전에서 이겼던 기억보다는 패했던 쓰라림이 더 많아 ‘새가슴’으로 불렸던 대표적인 선수들입니다.

반면 연장전에서 유독 강한 선수도 있습니다.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와 ‘골프여왕’ 박세리는 대표적인 ‘연장불패’를 자랑하는 선수들입니다. 우즈는 공식대회에서 11승 1패, 박세리는 6전 전승을 기록중입니다. 비결은 역시 멘털입니다. 일단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고 긍정적 사고로 무장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즈의 공식대회 유일한 연장 패배는 데뷔 2년차이던 1998년 닛산오픈에서 빌리 메이페어에게 우승을 내준 겁니다. 오히려 이게 약이 됐습니다. 패배를 해보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박세리는 “어차피 연장에 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래서 더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연장불패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예전 기량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비결을 밝혔습니다.

2000년부터 LPGA투어를 뛰며 연장전적 1승1패인 박희정(KLPGA 이사)은 “연장전에서 이길 경우 상대선수와 다시 맞붙어도 자신감을 갖지만, 패하면 후유증은 오래 간다”고 말합니다. 한국프로골프 최다승(43승) 기록 보유자 최상호는 연장전 기록이 4승4패로 승률이 ‘반타작’에 불과합니다. 그는 자신의 플레이가 과감하기보다 ‘또박또박’ 페이스를 지키는 스타일이라서 ‘매치플레이’가 되는 연장 승부 때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골프는 멘털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도 자신감입니다. 그래서 골프가 쉽고도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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