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스트코스 3번홀은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를 넘겨야만 2온 시도가 가능하지만 그린 앞 벙커가 많아 세번째 샷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홀이다. 블루원 상주골프장 제공

경부고속도로 영동∼황간 구간을 가다 보면 왼편으로 평지에 우뚝 솟은 산체가 마치 바다 위를 커다란 군함이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해발 933m의 백화산이다. 이 산 너머 저쪽은 삼백(三白)의 고장이라 하여 쌀과 누에고치, 곶감이 많이 생산되는 풍요의 고장인 상주 땅이다. 그러고 보니 백화산의 상주 쪽 자락은, 강원 태백의 황지연못과 더불어 낙동강의 발원지인 셈. 고교동창 골프대회 개최지로 알려져 있는 블루원 상주골프장은 그 백화산의 상주 쪽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허가 조건이 완화된 이후 골프장 수가 늘어나자 국내에도 골프 설계가라는 전문직종이 생겼다.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 중 한 곳이 오렌지엔지니어링이다.

블루원 상주골프장은 그 중에서도 오렌지엔지니어링이 자체사업으로 조성했다. 지금은 태영그룹에 인수됐지만 이 골프장은 ‘남의 것’만 만들어 오던 국내의 대표적인 골프장 설계 및 시공사가 ‘자기 것’으로 제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먼저 부지가 골프장으로 제격이었다. 백화산 자락의 오지를 골프장 부지로 선정한 것만 봐도 골프장설계회사가 영업목적보다는 자신의 골프설계 능력을 뽐내기 위해 조성한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골프장 측은 코스에 대해 “기존 수계의 흐름을 살린 계곡과 호수들이 코스와 조화를 이뤘고 주변 숲의 생동감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오래되고 성숙한 느낌의 품격이 플레이어에게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합니다. 계곡을 가로지르고 호수를 끼고 전략적으로 배치된 대부분의 홀들은 남성적인 거친 느낌으로 그 기세에 위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라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다.

필자와 함께했던 한 동반자는 “깊은 산 속에 있으면서도 스케일이 웅장하고 시원스럽다. 건너 치는 곳이 많아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자연적인 느낌이 들어 몇해 전 호주에서 살고 있을 때 돌아보았던 호주골프장의 여운이 저절로 느껴졌다”고 감탄했다. 또 다른 동반자는 “괴괴하고 수수하지만 너무나 편안해 마치 외갓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블루원 상주골프장은 ‘이스트’와 ‘웨스트’ 각 9홀씩 18홀로 이뤄졌다. 건축물은 클럽하우스와 부속건물 및 이스트 2번 홀을 따라 전원풍의 빌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스트코스에는 다른 골프장이라면 레이크코스라고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연못이 코스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반면에 웨스트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물 흐름을 살린 계곡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느라 위압적이다. 그리고 서울 근교의 골프장들과 같이 소나무가 아닌 억새를 조경의 핵심요소로 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억새의 잎옆은 까칠까칠해서 톱날 같은 작용을 한다. 그래서 손이라도 스치게 되면 “으아악!” 소리가 나올 만큼 소름끼친다. 그 억새들로 조경의 주제를 삼고 있는 이곳의 웨스트코스는 억새풀이 주는 느낌 만큼이나 플레이어에게 감동적이면서도 위압적이다. 골프코스는 지상 최대의 인공구조물이라는 말처럼 설계가의 ‘혼을 담은 예술품’이라는 느낌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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