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마다 여름 휴가 피크 시즌이면 하루 피서객 100만 명쯤은 너끈히 불러들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영 기운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날씨 탓입니다. 최대 성수기인 지난 2일부터 내리 사흘동안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해수욕장 수영이 통제됐고, 설상가상으로 4일에는 난파선에 가라 앉아있던 폐합판 수십t이 태풍에 한꺼번에 떠밀려와 해변을 뒤덮었습니다. 이어 태풍 할롱까지 북상하자 피서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고 숙소 예약 취소도 잇따랐습니다. 휴가철 콧대높기로 유명하던 해운대 호텔들이 취소된 객실을 특가할인 요금으로 파느라 전전긍긍했을 정도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방문객 감소는 통계로도 여실해 드러납니다. 올해 6월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누적 방문객 숫자는 전년동기 대비 32%가 줄어든 995만5600명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57만3000명에서 460여만 명이나 모자라는 숫자입니다. 흐린 날씨와 낮아진 수온 탓에 피서객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도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매출이 반토막이 난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짧은 피서철을 노린 이른바 ‘계절 장사’에서 날씨 문제야 뭐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유심히 봐야 할 대목이 해수욕장 상인들을 보는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입니다. 피서지 상인들의 불친절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백사장의 개인 파라솔 설치업자들의 횡포, 튜브 등 물놀이 기구의 비싼 대여료, 평소 5만∼6만 원을 받던 모텔 주인들이 불러대던 두세 배가 넘는 방값 등을 기억하는 이들은 인적이 끊긴 해수욕장 모습에 ‘그것 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시에 수요가 몰리는 휴가피크 시즌에 손님과 상인이란 ‘갑’대 ‘을’ 관계가 ‘을’대 ‘갑’으로 바뀐다거나 가격이 좀 오른다거나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수준의 불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해운대 해수욕장의 입장객 급감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적어도 주변에서 해운대 해수욕장에 대한 ‘우호의 고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휴가 시즌에 다행히 날씨가 좋아 해운대에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피서객들이 들이닥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피서객 급감으로 알게 된 고객 불신에 대해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상인들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언젠가 날씨보다 더 무서운 고객의 외면에 맞닥뜨릴지도 모를 일이니 말입니다. 방값을 묻는 손님의 전화에 “전화로는 말해 줄 수 없고, 일단 와서 얘기하라”며 고객들을 경쟁시켜 방을 경매 부치듯 팔아넘기는 일부 숙박업소의 횡포를 겪은 뒤에도 그곳이 가고 싶어질 리는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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