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도망칠때 신발도 못신은 학생들 사진보니…

이미지 크게보기어른들을 믿었지만…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되기 시작한 오전 9시 40분쯤 선원들이 해양경찰의 안내에 따라 탈출하고 있는 반면(왼쪽사진) 같은 시간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 탓에 기울어진 선실 내에서 구명조끼는 물론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는 등 거의 무방비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진 아래 맨발의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당시 이준석(69)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들이 도주한 시각까지 “선실이 더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거의 무방비상태로 선실에서 대기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학생들은 닥쳐올 참담한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일부 학생은 구명복을 착용하지 않거나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문화일보가 단독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 16일 침몰이 진행되고 있던 세월호 선실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전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세월호 4층 선수쪽 다인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촬영된 사진은 선실에 있던 한 학생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지인들과 함께 개설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세월호 선실 내부에 있던 한 학생은 사고 당일 오전 9시40분 “침몰 중”이란 메시지를 올렸다. 곧이어 선실 내부 모습을 촬영한 사진 3장을 연달아 보냈다. 사진에는 학생들이 기울어진 벽이나 바닥에 몸을 의지한 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일부 학생은 카카오톡을 주고받거나 심지어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은 심지어 슬리퍼까지 옆에 벗어놨고, 맨발인 상태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상황을 전달해 주는 인솔자나 교사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9시 35분쯤 선장 등 승무원들이 탈출한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선실이 더 안전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만 믿고,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외에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 A 양은 사고 당일 오전 9시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배가 기울어졌는데 지금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고 태연히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어머니는 “딸이 너무 태연해 나조차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진도 =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