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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 휴학생이자 항상 명랑하고 씩씩한 여객선 승무원인 박지영(여·22) 씨. 그는 지난 16일 세월호에서 숨지고 말았다. 세월호 선장을 포함한 선박직 승무원들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학생 등 승객들을 외면하고 도망간 상황에서 세월호에 남아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박 씨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승객들은 박 씨가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도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는 한 학생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이유를 묻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따라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미국 뉴스채널인 CNN도 지난 21일(현지기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참사로 세월호 승무원들이 비난을 받고 있지만 박 씨는 예외”라며 “그는 선실에 물이 차오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피를 흘리는 남성의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주고 대피를 도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한 인터넷포털 사이트에 박 씨를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을 올렸으며 4만 명 이상의 누리꾼이 이 글에 지지 서명을 남겼다.

박 씨는 2011년 대학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부친이 암으로 사망하자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2012년 큰아버지의 소개로 ㈜청해진해운에 입사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박 씨는 외유내강형으로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다. 항상 명랑하고 씩씩했으며 남을 돕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자신의 공을 앞세우거나 생색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박 씨 모녀는 이 같은 성품을 공유한 것일까. 그의 모친은 인천시민들의 접근이 쉬운 부평승화원 봉안당에 박 씨의 유골을 안장하자는 인천시의 권유를 뿌리치고 “죽으면 딸과 함께 묻히고 싶다”며 경기 광주시내의 조용한 추모공원에 안장했다.

시흥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