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홍보 사이트 ‘한국의 맛(www.koreataste.org)’에 올려진 이른바 ‘김치칵테일’ 레시피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에 거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한국관광공사를) ‘한국개그공사’로 이름을 바꾸라”는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그 연유는 김치칵테일인 ‘김치 블러디메리’의 제조법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먼저 유리잔에 마늘 두 쪽을 찧어 넣고, 소주 1잔반 정도를 붓습니다. 여기다가 김치국물과 소금, 후추를 넣고 마지막으로 얼음과 토마토주스로 잔을 채우면 완성입니다. 레시피에는 고춧가루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김치 한 쪽을 잔에 꽂아 장식한 사진이 덧붙여졌습니다. 도무지 조금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어찌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한 칵테일입니다.

김치칵테일 논란은 한 인터넷 언론의 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언론이 처음 ‘한국의 맛’ 사이트에 4년 전에 올려진 김치 블러디메리 레시피를 가져다가 “‘국뽕’의 세계화”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국뽕’이란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을 합성해 국수주의를 비웃는 신조어입니다. 몇몇 인터넷 언론이 기사를 더 생산하면서 김치칵테일 레시피는 관광공사에 대한 비난과 함께 SNS를 타고 확산됐습니다.

그러나 김치 블러디메리 레시피는 공식 게시글이 아니라 한 외국인 블로거가 올린 것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한국음식 홍보를 목적으로 개설된 ‘한국의 맛’ 사이트의 회원은 140여 개국 3500여 명에 이릅니다. 영문으로 게시글을 올리는 만큼 대부분이 외국인이지요. 잡지의 형태로 꾸며지는 콘텐츠 중에는 운영자로부터 승인받은 블로거 465명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 ‘블로깅’ 코너가 있습니다. 김치 블러디메리 레시피는 바로 여기에 올라온 외국인 블로거의 글이었습니다. 그러니 정규 게시물이 아닌 블로그들이 올려놓은 글을 두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국공사를 ‘국뽕’운운하며 싸잡아 비난하는 건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합니다.

김치 블러디메리는 분명 엽기적이었지만, 그건 외국인 블로거가 김치와 소주에다 한국 음식에 대한 긍정적 호기심을 섞어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한식에 대한 진지한 게시물들이 충실하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관광공사에는 ‘당장 글을 내리라’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블로거들에게 내준 활동공간에 진지하게 올려둔 글을 삭제한다는 것도 안될 일인 듯합니다. 우리가 김치칵테일 논란에서 정작 문제삼아야 할 것은 레시피의 황당함이나 사이트 운용이 아니라,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조차 아직 한국음식이라면 김치와 소주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한식세계화 사업을 한다며 거의 8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이렇습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