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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좌천(左遷)-5

기사입력 | 2012-11-08 13:56

“니 와이프는 뭐래?”

하고 강정만이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말 안했어.”

“못했겠지.”

입맛을 다신 강정만이 양주를 유리컵에 붓는다. 언더록스로 마시고 있었지만 얼음이 다 녹았는데도 놔두었다.

“어떻게 할래?”

술잔을 들면서 강정만이 묻자 서동수는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소공동의 작고 아담한 바 안이다. 안쪽에서 칵테일을 만들던 문영은이 서동수의 시선을 잡고 눈웃음을 쳤지만 스쳐지나갔다. 서동수가 혼잣소리처럼 대답했다.

“같이 갈 수는 없어. 미혜 교육 문제도 있고 말이야.”

“네가 돈 먹고 좌천당했다는 걸 알면 어떻게 될까?”

강정만의 시선을 왼쪽 볼에 받으면서 서동수가 한모금에 양주를 삼켰다. 강정만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대기업인 고려건설 과장이다. 퇴근 무렵이 되자 입사 동기들이 한잔하자면서 연락해 왔지만 사양하고 강정만을 불러낸 것이다. 다시 강정만이 물었다.

“너 그냥 거기 있을 거냐?”

“그럼. 왜?”

“장래 생각을 해, 인마. 장래를.”

술잔을 내려놓은 강정만이 눈을 부릅떴다.

“전자 영업을 하던 놈이 뜬금없이 해외 현지법인 의류 공장의, 뭐? 관리과장? 가서 어떻게 할 건데? 거기서 부장 되고 공장장 될 것 같으냐?”

“그 새끼, 말 많네.”

“니 딸, 니 와이프는 놔두고?”

그때 서동수가 손짓을 하자 옆쪽을 보는 것 같던 문영은이 다가왔다. 작고 아담한 체격에 웃음 띤 얼굴이 귀여운 아가씨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문영은을 지그시 보았다.

“오늘밤 어때? 니 아파트에서 재워줄래?”

“오빠 정말요?”

놀란 듯 문영은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외박하실 거예요?”

“오늘 바이어하고 철야 상담을 한다고 했거든.”

“아, 시발놈.”

하고 강정만이 입맛을 다셨지만 서동수가 손을 뻗어 문영은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나 진급했어. 그래서 너하고 첫 외박으로 파티를 하고 싶어서 그래.”

“좋아요.”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한 문영은이 눈웃음을 쳤다.

“한 시간만 기다려요, 오빠. 손님도 없으니깐 일찍 문 닫고 같이 가요.”

이 바의 주인이 문영은인 것이다. 문영은이 안쪽의 일본인 손님에게로 돌아갔을 때 강정만이 길게 숨부터 뱉었다.

“너 정은지는 어떻게 할 건데?”

“너한테 넘기고 갈까?”

“이 새끼가.”

“전별금으로 월세 보증금 5백은 넘기고 가면 되겠지, 뭐.”

“진짜 갈 거냐?”

다시 강정만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새끼는 마치 제가 떠나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군 그래.”

“아이구, 모르겠다.”

강정만이 물잔에 양주를 붓더니 얼음이 없는데도 들고 흔들었다.

“중국에 가서 또 현지처를 만들어 놓고 살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야 인마, 갈 데까지 가 보는 거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서동수가 문득 정색을 하고 말을 잇는다.

“여기서 기 죽으면 안돼. 그럼 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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