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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질에 질량 부여하는‘神의 입자’…‘우주 탄생의 비밀’품어

음성원 기자 | 2011-12-16 14:08

존재 흔적에 세계가 흥분한 ‘힉스’, 어떤 물질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빛과 어둠이 생기고, 우주가 탄생했다. 바로 물질의 생성이다.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물질은 12개의 기본입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이끄는 4개의 힘 그리고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12개 입자와 4개 힘은 발견됐지만 힉스는 어디서도 찾을수 없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양성자 두개를 반대 반향에서 빛의 속도로 충돌시켜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상황을 만들면 힉스를 찾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3일 힉스 입자 흔적을 찾아냈다는 발표가 나왔다. 지하 100m 깊이에 있는 가속기 속에서 양성자가 부딪힐 때 힉스가 나타났다가 곧 바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힉스는 저에너지115~130GeV(기가전자볼트) 영역에 있었다. 아직 존재 자체를 규명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장소의 흔적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학계는 흥분하고 있다. 장소를 추적하다 보면 언젠가 힉스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힉스를 10문10답을 통해 접근해 본다.


1. 힉스 입자란

질량을 지닌 우주 만물의 입자들인 쿼크·전자·중성미자 등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다. 질량이란 장소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물질의 고유한 양으로 질량이 없으면 아무 것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신의 입자’라는 힉스 입자의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1964년 영국의 피터 웨어 힉스 교수는 CERN이 발행하는 물리학 잡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상의 입자를 제안했다. 힉스는 우주 탄생 직후의 소립자는 질량을 띠지 않았으나 극히 짧은 순간에 ‘힉스 입자’의 바다인 ‘힉스 장(higgs field)’과의 상호작용의 결과 질량을 ‘획득’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가 1972년 국제학회에서 힉스 교수가 예측한 입자를 ‘힉스 보손(Higgs boson)’이라고 처음 명명했다. 전자나 중성미자는 페르미온, 광자는 보손에 속한다.

2. ‘신의 입자’란 별명은 어떻게

힉스가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얻은 데에는 사연이 있다. 1988년 노벨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레온 레더먼은 입자에 대한 책을 쓴 다음 제목을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로 붙여 출판사로 들고 갔다.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빗댄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이 제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Goddamn’에서 ‘damn’ 만 뺐더니 그럴 듯했고, ‘신의 입자(God Particle)’가 별명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힉스 입자가 마치 신처럼 질량을 부여해 실체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도 있어 이 별명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됐다.

3. 물리학계에서의 의미는

지금까지 인간이 알고 있는 자연계의 힘은 중력, 전자기력, 물질의 붕괴와 관련된 약력, 핵의 구조를 설명하는 강력 등 4가지다. 과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과 이 힘을 매개하는 입자 등을 모아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만들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이 표준모형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믿을 만한 이론적 체계로 그 지위를 지키고 있다. 다시 말해 표준모형은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물리학적 모범답안인 셈이다.

그런데 이 표준모형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모형에 등장하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기본 입자들이 왜 서로 다른 질량을 갖고 있는지 힉스가 발견되지 않으면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힉스를 발견하면 지금까지의 미완성이던 현대 물리학 이론이 공고한 지위를 갖추게 되고 우주의 기원까지도 밝힐 실마리를 찾게 돼 과학계에 큰 획을 긋게 된다.

4. 연구 어디까지 왔나

CERN은 지난 13일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를 충돌시킨 결과 125GeV(기가전자볼트) 영역에서 힉스가 나타났다가 다른 가벼운 입자들로 붕괴한 흔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아직은 오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은 통계 오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발견’이라 부르기 위해서는 통계 정확도가 99.99994%(5시그마) 수준에 달해야 하지만, 이번 실험결과는 98%(2.3시그마)∼99.9%(3.5시그마) 수준으로 ‘발견 가능성’만을 엿봤다. 연구소는 내년까지 힉스 입자 발견을 위한 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AP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는 내년이면 힉스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영국 BBC 방송도 “힉스 입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남순건(물리학) 경희대 교수는 “내년부터는 LHC를 풀가동할 수 있게 돼 이번 실험보다 4배 많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면서 “만약 힉스가 존재한다면 내년 중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5.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나

스위스 제네바 근처의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지대 땅속 100m 지하에는 지름 8km, 둘레 27km가 넘는 원형 터널이 설치돼 있다. CERN이 만든 LHC다. LHC의 거대한 터널 안에서는 원자핵을 만드는 입자인 양성자의 충돌 실험이 이뤄진다. 두 갈래의 양성자 빔을 거대 원형 지하터널에서 반대 방향으로 수 주일 동안, 1만 바퀴 이상 가속시키다 고에너지로 충돌시키면 충돌 에너지가 양성자 자신의 질량보다 1만4000배나 크게 나타나게 된다.

양성자 빔이 1초에 1만1000번으로 빠르게 회전할 수 있도록 가동해 에너지를 높여 충돌 순간 우주 대폭발의 1000만분의 1초 상태를 재현할 수 있다. 이 충돌로 14조 전자볼트의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우주의 빅뱅 순간을 재현하게 된다. 유사 이래 인류가 소립자로 만들어내는 가장 큰 에너지다. 이를 통해 고에너지에서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갖가지 현상들 중 힉스 입자도 관찰할 수 있다.

6. 첨단기술 응집된 실험

LHC의 거대 터널 안에서 양성자 2개가 충돌할 때 1초에 약 1억개의 입자가 생긴다. 양성자는 1초에 6억 번이나 충돌하지만 힉스 입자는 하루에 하나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만들기 쉽지 않다. 또 힉스는 양성자가 충돌할 때 아주 짧은 순간(10의 25제곱분의 1초) 존재했다가 붕괴돼 이 순간을 포착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 검출하려면 양성자를 전자기장 안에서 빛 속도의 99.97% 이상의 속도로 날려 서로 부딪치게 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하면 양성자 질량의 100~200배 정도로 추정되는 힉스를 검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대 가속기를 짓는 데 들어간 돈만 수조원, 상주하는 과학자만 2500명에 이른다.

양성자 간 충돌은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궤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유도한다. 초전도란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으로 초전도 자석은 우주공간의 온도(영하 271도)보다 낮은 수준인 영하 271.1도로 유지된다.

7. 실험의 난관은

2010년 3월31일 CERN은 LHC 가속 터널에 총 7테라전자볼트(TeV)의 고에너지로 양성자 빔을 충돌시키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2008년 가속기 완공 이후 2년 만의 쾌거였다. 7TeV 규모 가동 에너지는 지금까지 입자가속기가 달성한 수준보다 3배나 높은 것이다. 파올로 카타파노 CERN 대변인은 실험에 성공한 뒤 “새 물리학 시대를 여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충돌실험의 성공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첫 실험 역시 LHC의 전원 공급장치 등에 기계적 문제가 발견돼 몇 시간 지연된 끝에 이뤄졌다. 2007년에는 냉각용 액체 헬륨관이 고압을 견디지 못해 터지는 사고가 일어났고, 2008년 9월 실시된 첫 실험에서는 한쪽 방향으로 첫번째 양성자를 회전시키던 중 초전도 자석 연결 부위에 문제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8. CERN의 또다른 과제는

CERN은 LHC를 이용해 힉스 입자를 발견, 표준모형을 완성하게 된다. 아울러 새로운 물리 이론의 성립을 가속화할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 과학자들은 태초에 우주가 시작되던 시점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의 힘이 하나로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이론 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은 여기에 있다. 여러 힘을 하나로 통합하는 ‘만물의 법칙(TOE·theory of everything)’을 찾는 것인데, 이 만물의 법칙의 유력한 후보가 바로 초끈이론이다. LHC에서 초대칭 입자가 발견된다면 이론에만 그쳐온 끈이론이 첫번째 증거를 확보하게 된다.

지난 9월 CERN은 가속기 실험에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neutrino)를 찾았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고, 빅뱅 당시 존재했던 ‘반(反)물질’도 찾았다.

9. 물질의 기원 연구 역사

데모크리토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부터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은 과연 물질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이것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뜻의 원자(Atom)로 불렀다. 그로부터 2000년 후 돌턴은 근대적인 원자론을 내놨고, 이를 바탕으로 화학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원자 안에 존재하는 전자가 발견되면서 물질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다시 시작됐다. 러더퍼드는 그 이후의 여정에서 첫 성과를 거뒀다. 그는 알파 입자 산란 실험을 통해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오늘날에는 원자는 물론 원자핵을 구성하고 있는 핵자를 깨트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입자 가속기 덕이다.

10. 한국의 연구 수준은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미지의 영역은 힉스 이외에도 여럿 있다.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증명되느냐에 따라 향후 물리학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암흑물질 분야와 중성미자 분야, 가속기 분야, 이론 물리학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성미자 분야에서는 김수봉(물리학) 서울대 교수가 중국·유럽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CERN 연구팀에도 90여명 정도의 한국인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검출기(CMS) 분야에 6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고, 중이온 가속을 시키는 실험을 하는 엘리스팀에 30명 정도 참여 중이다. 이론 물리학 과학자도 2명 정도 파견돼 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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